[금감원 민원] “감독기관의 판단도 법 아래 있어야 한다”… 민원인 응대 기준 논란

- 반복민원·정보공개·전화응대 제한까지… “내부 판단 기준 공개해야”
- 민원인은 제도 밖 사람이 아니라 권리구제 절차의 당사자다

2026-05-23(토) 11:10
사진=금융감독원의 민원인 응대 논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민원 처리 과정에서 민원인의 문의와 정보공개 요청보다 기관 내부 기준과 전화 응대 제한 방식이 우선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 박대영 기자]
금융감독원(원장 이찬진), 반복민원 판단·정보공개 대응·전화 응대 방식 절차적 투명성 검증 필요
민원인은 행정기관의 부담이 아니라 권리구제 절차의 당사자다

금융감독원(원장 이찬진)의 민원 처리 과정에서 민원인 지위, 반복민원 판단, 정보공개청구 대응, 전화 응대 방식 등을 둘러싸고 절차적 투명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소비자와 민원인이 금융회사와 분쟁을 겪을 때 가장 먼저 찾는 기관이 금융감독원인 만큼, 감독기관의 판단은 단순한 내부 행정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구제 접근성과 직결된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위원회 또는 증권선물위원회의 지도·감독을 받아 금융기관 검사·감독 업무 등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다시 말해 금감원의 권한은 법률에서 비롯된 것이며, 기관 내부 판단이 곧 최종 기준이 되는 구조는 아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금감원이 금융회사를 감독할 권한이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민원 처리 과정에서 “무엇이 민원인지”, “무엇이 반복민원인지”, “어떤 경우 민원인의 전화 문의를 제한할 수 있는지”, “정보공개 대상 문서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이 민원인에게 충분히 설명되었는지 여부다.

민원인은 기관의 결론만 통보받는 대상이 아니다. 민원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판단이 내려졌을 경우 그 판단의 법적 근거, 사실상 근거, 내부 검토 과정, 담당 부서의 판단 기준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 절차의 당사자다.

특히 민원인이 금감원 담당 부서로부터 “더 이상 전화하지 말라”는 취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연락 또는 안내를 받았다면, 이는 단순 응대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민원인의 설명 요구권, 문의권, 권리구제 접근권이 충분히 보장되었는지 살펴봐야 할 사안이다. 다만 해당 표현이 실제로 어떤 문맥에서 사용되었는지, 담당 부서가 어떤 근거로 전화 응대 제한 또는 서면 응대 전환을 안내했는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반복민원 판단 역시 기관이 임의로 선언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23조는 동일한 내용의 민원을 정당한 사유 없이 3회 이상 반복 제출한 경우, 2회 이상 처리결과를 통지한 뒤 그 후 접수되는 민원을 종결처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민원인을 배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동일한 내용의 반복 제출을 예외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절차다.

따라서 반복민원 판단을 하려면 최소한 기존 민원번호, 종전 답변 내용, 동일성 판단 근거, 2회 이상 처리결과 통지 여부,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본 이유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새 증거, 새 피해, 새 답변, 처리 지연, 전화 응대 제한, 정보공개청구 문제 등 새로운 사실관계가 추가된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반복민원으로 취급하는 것은 별도의 법적·절차적 검토가 필요하다.

금융분쟁조정세칙상 반복·중복 신청 처리 규정이 존재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반복·중복이라는 결론이 내려지려면 “동일한 내용”, “정당한 사유 없음”, “2회 이상 처리결과 통지”라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민원인이 새로운 사실관계나 새로운 피해 내용을 제출한 경우라면, 기관은 이를 기존 민원과 어떻게 구별하거나 동일하다고 보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본지가 확인한 민원 기록에 따르면, 한 민원인은 2026년 4월 29일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민원과 관련해 담당자, 처리예정일, 답변일시 등을 확인한 바 있다. 또 해당 사안은 국무총리비서실에서 금감원 감사부서로 이송된 민원으로, 단순 금융분쟁을 넘어 금감원 소속 직원들의 민원 처리 태도와 소극행정 여부가 함께 문제 된 사안으로 파악된다.

다만 본지는 이 사안을 특정 직원의 위법행위로 단정하지 않는다. 이 보도의 목적은 특정인을 비난하는 데 있지 않다. 핵심은 금융감독원의 민원 응대 기준과 내부 통제 절차가 법령상 기준, 행정절차상 원칙, 정보공개 제도의 취지에 부합했는지를 검증하는 데 있다.

정보공개청구 대응도 중요한 쟁점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비공개 또는 부분공개 결정에 불복이 있거나, 청구 후 일정 기간이 지나도록 결정이 없는 경우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 불복 절차를 예정하고 있다. 따라서 금감원이 정보공개를 제한하려면 단순히 “공개 불가”라는 결론만 제시해서는 부족하다.

어떤 문서가 존재하는지, 어떤 문서가 부존재하는지, 비공개라면 정보공개법상 어느 조항에 해당하는지, 부분공개 또는 마스킹 공개가 왜 불가능한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정보공개청구는 민원인이 행정기관의 판단 과정을 검증할 수 있는 핵심적 권리구제 수단이기 때문이다.

행정의 기본 원칙도 이 문제를 뒷받침한다. 「행정기본법」은 행정의 민주성과 적법성 확보, 국민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며, 행정은 법률에 근거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둔다. 또한 권한남용 금지, 비례원칙, 평등원칙, 신뢰보호 원칙은 행정기관의 민원 응대 과정에서도 당연히 고려되어야 한다.

「행정절차법」 역시 행정의 공정성·투명성·신뢰성 확보와 국민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행정청의 판단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하며, 당사자에게 행정작용과 관련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민원인에게 불리한 판단일수록 결론보다 중요한 것은 그 판단에 이른 이유와 절차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금융감독원의 감독 권한 자체를 부정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기관일수록 민원인을 대하는 기준도 더 명확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감독기관이 금융회사에는 법령과 기준을 요구하면서, 정작 민원인에게 불리한 판단을 할 때 내부 기준만을 앞세운다면 국민은 절차적 신뢰를 갖기 어렵다.

민원인은 행정기관의 업무 부담을 늘리는 존재가 아니다. 금융회사와의 분쟁에서 정보와 권한이 부족한 시민이 국가 감독체계에 접근하는 통로다. 민원인의 전화를 제한하거나 서면 응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면, 그 필요성과 근거, 범위, 기간, 대체 소통 수단이 명확히 제시되어야 한다.

금감원이 민원인에게 불리한 판단을 했다면 검증 대상은 결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결론에 이른 절차다. 민원 분류 기준, 반복민원 판단 근거, 담당자 배정 및 변경 이력, 금융회사가 제출한 답변자료, 전화 응대 제한 또는 서면 응대 전환 검토 문서, 정보공개 비공개 사유 등이 투명하게 확인되어야 한다.

행정소송법은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이나 공권력의 행사·불행사로 인한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 침해를 구제하고, 공법상 권리관계 또는 법 적용에 관한 다툼을 적정하게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행정기관의 판단도 법률과 절차의 통제를 받는다는 점은 명확하다.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민원인의 절차적 권리까지 기관 내부 기준에 종속시킬 수는 없다. 금융감독의 권위는 민원인을 통제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법률·증거·절차·이유제시를 통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행정을 구현할 때 확보된다.

이번 사안은 한 민원인의 불만을 넘어 금융감독 행정의 투명성, 민원인 권리보호, 정보공개 제도의 실효성, 반복민원 제도의 남용 가능성을 함께 묻는 문제다. 금융감독원은 민원인에게 결론을 통보하는 기관에 머물 것이 아니라, 그 결론이 법률과 절차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음을 설명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감독기관이라면, 금융회사만 감독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민원 처리 기준도 법 앞에 세워야 한다.
박대영기자 dypark@sda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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