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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법 전환기] 검찰청 폐지를 앞둔 경찰과 검찰, 해법은 없는가…아니면 안 하는가

국민을 위한 검찰과 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권한 재배분’이 아니라 ‘기록·검증·책임의 제도화’다

2026-05-23(토) 08:02
신동아방송 경인TV|박대영 기자

검찰청 폐지를 앞둔 형사사법 전환기, 국민이 묻고 있다. 경찰과 검찰의 해법은 정말 없는가. 아니면 해법을 알면서도 실행하지 않는 것인가.

오는 2026년 10월 2일 검찰청은 폐지되고, 공소 제기·유지를 담당하는 공소청과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신설될 예정이다. 연합뉴스는 지난 3월 공소청·중수청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검찰청 폐지 이후의 새 형사사법 기구 설립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제도 개편의 방향 그 자체보다, 그 제도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운영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점이다. 최근 연합뉴스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경찰 고위 간부의 비위 의혹, 직무태만 논란, 공직기강 문제 등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경찰청이 국민권익위원회 2025년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5등급을 받은 사실도 함께 언급됐다.

물론 일부 사례만으로 전체 경찰 조직을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현장의 다수 경찰관은 위험을 감수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눈높이에서 문제는 분명하다. 수사권이 커지는 조직이라면, 그만큼 더 엄격한 설명 책임과 통제 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역시 예외가 아니다.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검찰은 과거의 직접수사 권한을 둘러싼 논쟁에 머물 것이 아니라, 공소제기와 공소유지의 전문성, 증거 판단의 엄정성, 경찰 수사에 대한 적법한 보완 요구 기준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수사기관 간 권한 다툼은 국민에게 해법이 아니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누가 더 강한가”가 아니라 “누가 더 정확하고 공정하게 책임지는가”이다.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모든 수사 판단을 기록으로 남기고, 외부가 검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고소·고발 접수, 사건 배당, CCTV 확보 여부, 참고인 조사 필요성, 송치·불송치 판단, 보완수사 요청, 이의신청 처리까지 모든 핵심 단계가 문서와 시스템에 남아야 한다. 구두 설명과 내부 판단만으로 끝나는 수사는 국민에게 불신을 남긴다.

형사소송법은 고소 또는 고발을 서면 또는 구술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은 고소·고발을 관할 여부와 관계없이 접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수사기관이 사건 접수 단계에서 국민의 절차 접근권을 임의로 좁혀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고소인이 찾아왔을 때 수사기관이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사건이 어렵다”, “민사 문제로 보인다”, “취하하는 것이 낫다”는 식의 구두 대응이 아니다. 사건성이 낮다고 판단하더라도 그 이유를 법률 요건과 증거 부족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필요한 보완자료를 안내하며, 최종 판단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 절차가 있어야 고소인도 납득하고, 피고소인도 불필요한 장기 불안을 피할 수 있다.

두 번째 해법은 불송치 결정의 실질적 통제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고소인 등에게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권을 인정하고, 이의신청이 있으면 사법경찰관이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고발인은 원칙적으로 이의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구조는 피해자 보호와 남용 방지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의 균형을 요구한다.

문제는 이의신청 제도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국민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송치 결정서가 형식적이거나, 증거 판단 이유가 추상적이거나, 핵심 쟁점에 대한 답이 빠져 있다면 이의신청권은 실질적 권리가 아니라 사후적 불만 접수 절차에 그칠 수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결론만 적힌 통지가 아니라,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결정서다.

세 번째 해법은 CCTV·블랙박스·디지털 증거에 대한 전국 단위 표준 안내다. 오늘날 많은 민생 사건은 영상 증거에서 시작된다. 주차장 사고, 폭행, 절도, 스토킹, 교통사고, 업무방해, 명예훼손, 협박 사건까지 CCTV와 블랙박스는 사실관계의 핵심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영상 제공 범위, 열람 가능성, 제3자 정보 보호, 수사기관 제출 방식이 명확히 안내되지 않으면 피해자와 영상 보유자 사이에 또 다른 분쟁이 발생한다.

따라서 경찰청은 CCTV 제공 요청, 임의제출, 압수수색 필요성,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영상 보관 기간, 민원인 안내 문구를 전국 공통 매뉴얼로 공개해야 한다. 이것은 경찰을 압박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일선 경찰관을 보호하는 장치다. 기준이 명확하면 민원인도 이해하고, 경찰도 불필요한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네 번째 해법은 경찰과 공소청 사이의 역할을 ‘견제’가 아니라 ‘품질관리’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경찰은 수사 개시와 진행에서 사실관계와 증거를 치밀하게 확보해야 한다. 공소청은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서 경찰 수사의 적법성과 증거 충분성을 엄정하게 검토해야 한다. 중대범죄수사청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사건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을 동시에 입증해야 한다.

이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기관 간 책임 회피가 금지되어야 한다. 경찰은 “공소청이 판단할 일”이라고 미루어서는 안 되고, 공소청은 “경찰 수사가 부족했다”는 말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 사건을 맡은 기관이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국민에게 형사사법은 조직도가 아니라 결과와 절차이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해법은 수사관 개인의 열정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 구축이다. 국가수사본부는 이미 2025년 수사 책임성·공정성 확보, 수사체계 전문성 향상, 인력·예산 인프라 확충, 민생범죄 전담체계 구축 등을 담은 수사역량 강화 로드맵을 제시했다. 방향은 이미 나와 있다. 남은 문제는 속도와 실행이다.

수사기관의 실력은 개인의 감각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사건 유형별 체크리스트, 법률 요건표, 증거 판단 기준, 피해자 보호 필요성 평가, 불송치 전 내부 재검토, 일정 기간 이상 지연 사건 자동 점검, 민원 반복 사건의 상급자 검토가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한다. 유능한 수사관이 있는 조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숙한 수사관도 기본선을 지키게 만드는 조직이다.

여섯 번째 해법은 감찰과 징계를 보여주기식으로 끝내지 않는 것이다. 비위가 발생하면 개인 징계로 끝내는 방식은 반복을 막기 어렵다.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누가 잘못했는가”만이 아니다. 왜 그런 판단이 가능했는지, 내부 통제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무엇이 바뀌었는지다. 감찰은 처벌이 아니라 구조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일곱 번째 해법은 국민을 절차의 밖에 세워두지 않는 것이다. 피해자와 고소인은 수사기관의 고객이 아니다. 형사절차의 중요한 참여자다. 피고소인 역시 결론이 나기 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보호받아야 할 시민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어느 한쪽의 감정에 끌려가서는 안 되며, 양측 모두에게 절차적 권리를 설명해야 한다. 이것이 적법절차의 출발점이다.

결국 검찰청 폐지를 앞둔 경찰과 검찰의 해법은 복잡하지 않다. 첫째, 사건을 접수하라. 둘째, 증거를 확인하라. 셋째, 판단 이유를 기록하라. 넷째,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라. 다섯째, 잘못된 판단은 신속히 바로잡아라. 여섯째, 기관의 권한보다 국민의 기본권을 우선하라.

해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해법을 실행하는 속도다. 제도 개편의 시계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2026년 10월 2일 이후 형사사법체계는 새로운 이름표를 달게 된다. 그러나 이름이 바뀐다고 신뢰가 생기지는 않는다. 신뢰는 기록, 검증, 책임에서 나온다.

국민을 위한 검찰과 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바로 ‘수사와 기소의 모든 판단을 국민 앞에 설명 가능한 절차로 만드는 것’이다. 경찰은 권한의 크기로 평가받지 않고,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는 정확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검찰 또는 공소청은 과거 권한의 회복이 아니라, 기소 판단의 엄정성과 공판 수행의 책임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국민은 완벽한 수사기관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모르면 확인하며, 잘못되면 고치고, 판단의 근거를 기록으로 남기는 수사기관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이 형사사법 개혁의 출발점이자, 경찰과 검찰이 국민 앞에 다시 서는 유일한 길이다.

박대영기자 dypark@sda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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